작성일 : 05-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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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성일수 (203.♡.23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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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이단 김부식 : 이청
역사를 읽다보면 한 사람의 고독한 인물을 만나게 된다. 나는 우리 역사의 3대 사건을 들라면 단군 왕검의 건국 삼국사기의 편찬 그리고 한글의 창제를 들겠다. 나라가 있고 나라의 말이 있고 나라의 역사서가 있기에 오늘 우리는 불평(?)을 하면서도 한 나라 한 민족 한 언어를 쓰고 사용하며 살고 있는 것 아닐까.
김부식은 경주 김가의 사람으로 고려시대의 문신이다. 그는 문무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 당시 묘청의 난을 진압한 책임자였고 송나라 사신이 고려에 와 그의 초상을 그려가 송의 황제에게 보일 정도로 명망가였다. 그가 말년에 나라에서 삼국사기의 편찬 책임을 맡고 사기의 첫 머리에 이렇게 적고 있다.
회고해 보건대 우리나라의 역사 장구하오이다. 그 사실을 사서에 적어 전하라는 명을 늙은 신하에게 내리시니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려우나 성상께서 예전에 말씀하신 "요순의 시대를 상고하며 내 옛 전적을 살피건대 요즘 우리 나라의 학자나 사대부들이 진나라 한나라 등의 옛사실은 두루 꾀고 오경에 통달한 자들은 많으나 우리의 일은 그 시말을 전혀 알지 못하니 어찌 황당한 일이 아니랴" 하시니 이 뜻은 진실로 늙은 신하를 아프게 하는 것이옵니다. 이에...
당대의 사대부와 학자들이 중국의 역사에는 밝고 우리 역사에는 무지하다는 한탄으로 시작되는 삼국사기는 중국에 치어 좌고우면 해오던 통일신라와 고려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글자로 기록하여 책자로 내어 놓은 민족의 자존과 자립의 모습이다.
김부식은 삼국사기 편찬의 중책을 맞고 고기(옛역사서)들을 수집하여 중국의 역사서를 통괄하며
이 국보의 사서를 완성한다.
삼국사기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왕실의 사정과 전쟁 그리고 중국과의 끊임 없는 갈등과 외교 등이 망라되어 있으며 특히 을지문덕의 살수대첩과 통일전쟁 후 당나라와 극렬하게 갈등하는 신라의 몸부림을 생생하게 전해 주어 오늘날의 우리 역사의 7할을 구성케 한 역사의 정사이자 정신이 된 책이다.
그러나 삼국사기는 사대에 쩔은 허섭스레기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삼국사기를 역사의 이단으로 만드는 데 가장 공(?)이 큰 사람이 신채호다. 그는 대륙 진출이라는 호방한 고조선 고구려 역사에 심취했던 역사학자로 묘청의 난을 진압한 김부식에 대한 독설을 서슴지 않았다.
신채호는 금나라를 정벌하여 중원으로 나가자는 승려 묘청의 기백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 중원 진출의 꿈이 김부식으로 인해 좌절했고 김부식이 찬술한 삼국사기 또한 그저 그런 책으로 인식을 해버린 것이다.
신채호의 이 멘트를 시발로 사사건건 조선역사 왜곡에 걸림돌이 되는 삼국사기를 고민하던 일본 학자들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힌다. 조선 백성이 존경하는 당대의 대 학자가 허섭스레기라 하는 삼국사기를 짓밟는다 하여 누가 뭐라 하겠는가.
김부식은 유학자다. 그는 한학을 공부하고 벼슬에 나간 관원으로 당 시대 아시아 문명의 중심이던
중국의 사조에 대해 모화(慕華)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정치 사회 문화 문물 면에서 앞서 가고 있는 선진문물을 받아 들여 나라의 뒤떨어진 문화와 제도를 개선하는 데 있어 필연적인 것이었을 터이다.
그러나 삼국사기 머릿말이나 기전체 역사서의 체계에 의거 본기(本記)라는 단어를 사용해 중국의 사서와 동격의 역사서로 꾸민 것을 보아도(삼국사기외 아시아 어떤 역사서도 이런 편제를 취한 것은 없다. 후대에 찬술된 고려사도 세기라는 중국 속방의 편제를 따르고 있다) 김부식에게 사대주의자란 낙인을 선물하는 것은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혹자는 김부식이 왜 삼국사기를 만들며 고조선 부여 발해 등을 망실시켰느냐며 개거품을 문다. 그러나 그것은 김부식의 책임이 아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를 적은 삼국의 역사서에 그 나라들이 빠진 것을 어쩌란 말인가. 제한된 인력과 예산을 갖고 하는 국책 사업에 삼국의 사실마저도 상당 부분 누락되었거늘 기타 국가의 누락이 김부식과 그 편찬자들의 과오라 할 수 있으랴.
오늘날 한일간의 역사 인식은 위험 수위다. 학자들간의 학술적 논쟁을 지켜 보노라면 왠지 우리쪽이 수세에 몰려(?) 있는 것을 본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병신(?)이 된 삼국사기에 있음을 볼 때는 분통이 터진다.
일본이 일본서기를 내세워 무엇인가를 주장한다. 우리측이 삼국사기를 내세워 반론을 편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다.
ㅡ 삼국사기도 역사서냐? 한국의 대학자 신채호도 증명(?)했다. 삼국사기를 부정하는 한국 역사학자들의 이름을 대볼까? 수십명은 이 자리에서도 댈 수 있다.
우리는 위대한 민족임을 자랑한다. 동북공정 일본의 사관도 악을 쓰며 규탄도 한다. 그러면서도 안으로 우리의 역사서나 역사적 인물들도 함께 망신(?)을 준다.
삼국사기는 우리의 역사의 보물이며 근간이다. 더는 무슨 귀신에 씌운 듯 삼국사기를 욕보이는 일들은 시정되어야겠다. 김부식은 머릿말의 끝 부분을 이렇게 적고 있다.
ㅡ 후대 사람들이여 부디 이 책을 좋은 곳에는 보관치 못하더라도 간장 단지의 마개로는 쓰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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