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5-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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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중호 (211.♡.55.86)
 조회 : 7,032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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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가 발족해 수사권 문제를 주 의제로 놓고 15차례 5개월 넘게 많은 시간을 들여 토론에 토론을 거듭했다. 하지만 결국 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5월 2일 회의를 끝으로 위원회는 조정 결렬을 선언했다. 자문위원의 한 구성원으로서 국민 앞에 송구스러울 뿐이다.
결국 수사권 조정이라는 숙제를 풀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도 자문위원들의 책임이 크다. 법률상으로는 비록 자문위원이지만 실제적으로 조정안을 만들어 권고안을 만들면 양 기관이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었으며 조정안을 받아들이겠다고 공언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단지 법률적으로 자문위원일 뿐이라는 안이한 인식은 없었는지 말로는 검찰편도 경찰편도 아니고 국민을 위한다면서도 실제로는 검·경측에서 추천한 인사들이 국민의 소리에 귀를 막고 추천한 기관의 편을 들지는 않았는지도 되돌아 볼 일이다.
수사권 조정 문제는 먼저 권력의 속성에서 문제의 출발점과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권력은 스스로 권력을 절제하거나 포기하지 않은 속성이 있으며 스스로의 생존과 권력을 확장하기 위해 무한궤도를 달려가는 열차와 같은 속성을 지녔고 권력 스스로 자신의 권력에 대하여 제동을 걸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은 검·경의 권력 역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지난 4월 25일 허준영 경찰청장이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폭행 등 가혹행위 비하적 언어 사용을 일체 안하는 등 인권수사를 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경찰이 과거 어두운 시대에 비록 법적으로는 수사의 보조자적 위치에 있었다지만 숱한 인권 유린과 민주세력 탄압에 앞장서 독재 정치 권력 등의 시녀 노릇을 했다는 지적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은 이를 방관하거나 때로는 정면으로 권력을 비호하면서 검찰 공화국이라는 화려한 찬사를 받았다는 점은 검·경 권력의 뼈아픈 역사적 사실 아닌가.
지금에 이르러 검·경이 인권의 가치를 정면으로 내세우는 건 참으로 바람직하지만 이는 양 기관이 스스로 변화한 게 결코 아니다. 숱한 희생을 무릅쓰고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이들과 국민들의 성숙한 민주의식과 행동에서 기인한 변화의 모습이다. 그런데 마치 두 기관이 스스로 인권 옹호기관으로 변신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다.
이러한 권력의 속성과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권력에 대해 어떤 제동장치를 마련하고 이러한 제동장치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을 찾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 문제도 권력 통제 방안의 하나로 간주해야 한다. 권력이 어느 한곳에 집중되는 절대적 권력은 반드시 권력 남용과 부패를 가져온다는 것이 이미 많은 세월 피해를 양산하며 입증된 사항이다. 권력은 나눠 갖고 절제할 때만이 아름답다. 국민을 향한 작은 권력이 궁극적인 방향이다. 이런 관점에서 수사권 조정문제를 풀어야 한다.
지금처럼 검찰이 모든 권한을 갖고 경찰을 통제하고 지휘 복종 관계로 군림하고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 등 제왕적 수사주재자의 지위로 계속 남아 있는 한 권력 상호간의 효율적인 견제와 균형이 이뤄 질 수 없다. 최악의 경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이 권력을 남용할 경우 피해자는 오로지 국민일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권력 분점과 균형의 제동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언제 또다시 불행한 사태가 재연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제 양 기관은 거스를 수 없는 민주화의 이행기에서 무엇이 참다운 권력의 행사이고 정의와 인권의 가치가 도도히 흐르고 국민을 편하게 만드는 제도인지 마음을 비우고 봐야 한다.
2002년과 2003년 인권위 인권 침해 상담 및 진정 현황을 보면 오히려 경찰보다도 검찰의 인권침해 비율이 정원대비로 볼 때 훨씬 더 높다. 2003년도 몇몇 신문과 주간지 등에서 네티즌을 상대로 한 경찰수사권 독립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70%가 이를 찬성했다.
수사분권화가 검찰의 권력 통제와 국민편익 증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되고 있는 현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고 이런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수사분권화가 시기상조라는 이유 등으로 50년을 넘게 끌어온 해묵은 과제를 회피할 수 없으며 회피해서도 안 되는 것이 시대의 요구다.
권력 스스로 권력을 분점하고 균형적인 시계추 역할을 한 역사적 사례는 거의 없다. 이제 국민의 성숙된 민주의식 변화하는 시대정신과 요구에 걸맞게 양 기관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수사권 조정이 이뤄져야 하며 수사권 조정이 지연되어 두 기관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국민만 피해를 본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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