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박물관 2층 전시실에 있는 신라금관을 본다
꼿꼿한 등줄기 휨 없는 허리선 신라 햇살빛 반짝임…
천오백 년 전의 제 힘 제 빛 제 선 그대로다
단단한 판금 때문인가 싶어 자세히 봤더니
깃보다 가벼운 떨림 때문이었다
콩짜개 이파리 모양의 둥근 장식 판금들이
진공의 유리상자 안에서 보일 듯 말 듯 쉼 없이 떨리고 있다
떨리는 옷고름 떨리는 입술 떨리는 고백…
아직도 현재형으로 떨리는 천오백 년의 사랑
건성 지나는 마음에겐 보이지 않는
한숨 같은 꿈 결 같은 떨림 속에서는
천오백 년도 순간이다

콩짜개 이파리거나 얇은 판금들
금빛 시간 다발이거나 반짝이는 심장 세포들…
멈추어지지 않는 사랑 하나로
다시 천오백 년의 천오백 번을 네게 묻는다


사랑은 떨림이다  -  안 차애



[봉암사 마애여래보살좌상 계곡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