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7-08-03 00:00
물 끓이기
 글쓴이 : 노루귀
조회 : 5,284   추천 : 0   비추천 : 0  


한밤중에 배가 고파서
국수나 삶으려고 물을 끓인다
끓어오를 일 너무 많아서
끓어오르는 놈만 미친 놈 되는 세상에
열받은 냄비 속 맹물은
끓어도 끓어도 넘치지 않는다.

혈식血食을 일삼는 작고 천한 모기가
호랑이보다 구렁이보다
더 기가 막히고 열받게 한다던 다산선생
오물수거비 받으러 오는 말단에게
신경질 부리며 부끄럽던 김수영선생
그들이 남기고 간 세상은 아직도
끓어오르는 놈만 미쳐 보인다
열받는 사람만 쑥스럽다

흙탕물 튀기고 간 택시 때문에
문능 쾅쾅 여닫는 아내 때문에
‘솔’을 팔지 않는 담뱃가게 때문에
모기나 미친 개나 호랑이 때문에 저렇게
부글부글 끓어오를 수 있다면
끓어올라 넘치더라도 부끄럽지도
쑥스럽지도 않은 세상이라면
그런 세상은 참 얼마나 아름다우랴

배고픈 한밤중을 한참이나 잊어버리고
호랑이든 구렁이든 미친개든 말단이든
끝까지 끓어올라 당당하게
맘 놓고 넘치고 싶은 물이 끓는다

물 끓이기 - 정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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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끓어오르려고 하지 않는다.
사회적인 체면 때문에 참고 겁이 많아 지레 몸부터 도사리고
지운 죄가 많아 고개를 숙이고 다니고 불의를 보고도 용기가 없어 외치지 못한다.
도대체 열받을 줄 모르고 살아간다.
언뜻 보면 모두 화평하고 모든 것을 용서하며 사는 듯하다. 시인은 그래서 더 열받는다.
‘열받는다’는 신게대 언어을 이순耳順의 시인이 굳이 쓴 까닭은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며 시인이 열받았다는 뜻이다.
격정없이 굴러가는 이 세상에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다는 듯이다. -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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