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5-04-05 00:00
눈 내리는 사월의 남산(남남산지구)
 글쓴이 : 백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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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틈에서 자라 꽃을 피우는 진달래 2005.4.3]

2월 강추위와 3월 폭설에 4월에는 남산의 고운 봄 햇살을 기대했지만 새벽녘 선잠사이로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끼어들었다. 오후에는 갠다는 일기예보에 희망을 가지며 진흥원에 도착했다. 그사이 훌쩍 자란 승원이랑 반가운 포옹을 하고 봄비쯤은 문제가 아니라는 듯 남산으로 향했다.

출발에 앞서 송재중선생님이 이번 남남산지구 답사코스에 대한 사전설명을 하시며 “폐허의 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 말씀하신 뜻을 골짜기들을 오르면서 실감할 수 있었다.
별천룡골 새갓골 양조암골 어느 골짜기 할 것 없이 천년 전 그 시절에는 독송소리 들려오고 탑돌이 하던 선남선녀들로 가득했을 옛 절터에는 참 무참히도 부서지고 도막나고 깨어진 부처님과 탑재들만 비에 젖어 아무렇게나 여기저기 굴러 떨어져 있었다. 그나마 후대에 조성된 묘지에 의해 제 위치에서도 밀려나 기단 아래로 계곡 아래로 마구 흩어져 있었고 더러는 후대에 조성된 묘지석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했다.
동남산지구나 서남산지구에 비해 아직까지는 마애불이 발견되지 않았고 남아 있는 유적들이 너무 많이 파괴되고 또 그만큼 복원도 늦어지고 있음이 안타까웠다.

남남산지구의 절터들은 눈맛이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비록 흔적만이 남아 있는 옛가람에서 멀리 산 아래 남쪽마을들과 능선들을 굽어보며 무너진 탑재들을 일으켜 세워 제 위치에 놓고 부처님을 연화대좌 위에 모시고 전각의 지붕에 알매흙을 놓고 기와를 잇고 추녀에 풍경을 달고... ... 머릿속으로 마음속으로 복원불사를 하고 있었다.

별천룡골의 칡넝쿨들은 나목들과 서로 얽혀 봄비 오는 산행의 또 다른 운치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별천룡골의 탑재는 몇 부분만 남아 있고 낙엽들을 헤집고 쌓인 흙들을 들추어 내자 여기저기서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새갓골 여래좌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넘어져 계신 탓에 마모가 덜 되어 있었고 건장한 상체에 비해 손과 발 부분의 조각은 정교함이 미치지 못하는 듯했다. 광배는 조각나고 마모되어 화려함을 잃어가고 연화대좌의 앙련과 복련은 섬세함을 보여 주고 있었다. 안내판에는 열암곡 석불좌상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새갓골을 지나면서 비는 함박눈으로 바뀌어 펑펑 쏟아지고 모두들 행복한 탄성을 지르고. 양조암골 초입에서 눈비 그을 곳 하나 없이 우산을 쓰고 더러는 선채로 더러는 쪼그리고 앉아서 어서 빨리 점심을 먹어야 오후가 되고 오후가 되어야 비가 그친다는 바람(?)을 가지고 김밥을 먹었다.
그래도 “눈 내리는 사월의 남산에서 먹은 김밥”은 오늘 답사에 참석한 우리들만이 지닐 수 있는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며 다들 즐거워했다.

양조암골에서 맨 먼저 만난 갈라져 한쪽만 남아 있는 방형(方形)연화대좌는 남산에서 흔히 보이는 원형이 아니라 사각형이다. 부처님은 묘지설치 작업에 밀려 아래로 떨어져 도막난 채로 계셨고 뒷편의 옷주름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양조암골 제3사지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남산제비꽃은 지난 가을의 낙엽들 사이에서 싹을 키우고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눈비 속에 향기는 씻겨 날아가도 수줍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제3사지의 흩어진 석탑재를 보며 송재중선생님은 석탑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무너뜨리고 다시 제대로 세우는 것인데 이미 무너져 있는 상태이므로 제 위치를 찾아 제대로 세우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 쉽지 않겠냐며 긍정적(?)으로 이 상황을 보는 말씀을 하셨다. 선생님말씀대로 레고블럭을 맞추듯 여기저기에 있는 탑재들을 머릿속으로 짜 맞추기를 해 보았다.

양조암골 제3사지에서 빗줄기는 잦아들기 시작했고 마주보이는 능선의 운무가 걷히고 있었다. 그러나 비 그치면 온도가 내려가 이미 잔뜩 젖어 버린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염려하여 일정을 중단하고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길에서 만난 옛절터의 흔적들에도 어김없이 묘지가 있었다. 중생들의 극랑왕생(?)을 위하여 부처님은 자신의 거처마져도 남김없이 베푸시고 양보하고 계셨다.
하산을 하자 하늘은 언제 눈 오고 비가 왔냐는 듯이 햇살을 비추고 있었다.

산어귀에서 만난 갯버들가지는 물이 올라 봄비를 맞아 물방울을 매달고 있었고 생강나무 노란 꽃잎에 매달린 물방울 물기를 머금은 진달래 여린 꽃잎 우리집 마당에 여기저기서 조금씩 살며시 싹을 키우고 꽃을 피워내는 나무와 풀들... ...
봄은 우리들 마음으로부터 미리 성큼 다가와 여기저기 숨어 있었나 보다. 숨어서 머리카락을 보이기도 하고 옷소매를 드러내기도 하고.
천지에 진달래 붉게 타고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봄날에 눈 내리는 부조화의 극치를 보여주는 날씨에 “봄에 앓는 병-이수익”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모진 마음으로 참고 너를 기다릴 때는/ 괜찮았느니라
눈물이 뜨겁듯이 /내 마음도 뜨거워서/엄동설한 찬바람에도 나는
추위를 모르고 지냈느니라/오로지 우리들의 해후만을 기다리면서... ...//
늦게서야 병이 오는구나/ 그토록 기다리던 너는 눈부신 꽃으로 현신하여
지금/ 나의 사방에 가득했는데//
아아 이 즐거운 시절/나는 누워서/
지난 겨울의 아픔을 병으로 앓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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