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5-02-22 00:00
봄을 위해 견뎌내야 할 겨울(순천.지리산지구)
 글쓴이 : 백태순
조회 : 10,296   추천 : 229   비추천 : 0  

연곡사동부도 사진 왼쪽 2005.2.20 촬영
오른쪽 1997.8.22 진흥원 남도 답사때 촬영

순천.지리산지구 답사는 한국전통건축의 백미들을 느끼고 볼 수 있는 코스로 짜여져 있었다. 한국의 건축문화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김개천교수가 “명묵(明默)의 건축24선”에서 말하듯이 한국인이 이룩한 정신과 학문세계에 대한 미적탐구가 선행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지금까지의 전통건축서가 보여주던 학술적이고 전공자의 시점이 아니라 건축공간을 이야기하면서 종교 학문 예술 등 인문학적 가치를 말하고 있고 전통건축을 이해한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우리민족이 성취한 건축의 가치와 아름다움에 대한 이해이다 뿐만 아니라 건축에 투영된 삶의 방식과 시대정신 종교와 학문 그리고 예술에 대한 지적 통찰력까지 고양시키는 일이다. 우리의 전통건축은 평상심과 신성의 세계를 공시적으로 이룩한 세계이며 형이상학적 도의 신성을 실현한 형이하학으로서 산은 산으로 물은 물로서 나아간 아침햇살(朝鮮)같은 빛으로 이룩한 명묵(明默)의 건축이었다.]
작가가 꼽은 전통건축 중 이번 답사코스에는 [비움마저 비운 집 - 선암사 심검당 (형태와 영원) 선리로 투관한 교상누각 - 송광사 우화각 (순응과 역행) 원융부동의 무량법계 - 화엄사 각황전(조화와 통일)]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나 .송광사
송광사 청량각(淸凉閣)에 부는 바람은 여름 계곡에서 느꼈던 이름그대로의 청량함이 아니라 마음을 한껏 움츠려 들게 하고 아직은 겨울임을 실감나게 했다. 송광사경내에 있는 빼어남을 자랑하는 우화각이나 여러 다른 전각들보다 일주문을 액자삼아 있는 단칸짜리 건물인 세월각(歲月閣)과 척주당(滌珠堂)이 크게 다가왔다. 죽은 이의 혼들이 세속의 때를 씻는 곳으로 두 전각의 당호가 왜 각(閣)과 당(堂)으로 달리 불리울까 하는 궁금함을 가지며 마음으로 두 손 모아 합장하며 원왕생(願往生)을 기원했다.
경내로 들어서 관음전 뒤편의 보조국사 부도를 먼저 찾았다. 그런데 다음에 찾은 국사전이 있는 수선영역과 마찬가지로 일반인출입금지 팻말이 팔을 벌리고 나를 가로 막고 있었다. 수행에 도움 되지 않은 중생들에게 허락된 공간은 몇몇 뿐이였다. 실망하고 되돌아오다 서변호사님과 의기투합(?)하여 몰래 다시 올라갔다. 지금까지 원형이라 여겼던 탑신부는 각이 져있었다. 아주 섬세하게 각을 지어서 원형으로 보이게 만든 것이다. 언제와도 여기서 내려다 보이는 높고 낮은 기와지붕들과 자연이 엮어내는 풍경들이 주는 매혹은 그 속으로 나를 빠져들게 한다.
국사전에 있던 영정들은 박물관으로 옮겨져 있었고. 늘 그랬던 것처럼 보왕삼매론 인쇄본을 한 장 챙겼다. 예전에는 고운 한지에 붓글씨로 쓴 인쇄였는데 일반 종이에 컴용 글씨체가 세월을 느끼게 했다.

둘 .선암사
선암사 가는 길에서 만난 숲과 나무들 차밭 장승 승선교 선암사의 여러 전각들은 어느 것이 자연이고 또 어느 것이 조형물인지 가를 수 없이 태초부터 그 자리에서 어울려 있었던 것처럼 자연과의 조화가 아닌 자연의 경지를 이루고 있었다.
선암사 대웅전 마당에 들어서자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결 고운 기와지붕선을 따라 고색창연한 건물과 소나무 푸른 가지사이로 눈 내리는 선암사 풍경은 이번 답사가 주는 행복한 덤이었다.
심검당 건물을 보기 위하여 또 한번 일반인출입금지를 애써 무시(?)했다. 좁은 입구를 통해 보이던 공간이 입구를 통과하자 밝음이 확 밀려오며 순식간에 무한공간으로 진입한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ㅁ자 건물의 중정을 통해 들어온 빛은 흙마당을 통해 건물에 반사되어 따스하고 부드럽게 하고 공간의 확장감과 안락감이 들게끔 했다 . 마당 한가운데 심겨져 있는 자산홍 한그루가 이 소박한 건물에 운치를 더해 주고 있었다.
단청이 화려하고 자태가 빼어난 전각들 속에서 대웅전 뒤편의 정면 5칸 측면1칸 맛배지붕의 소박한 창고하나가 눈 내리는 날 가장 선암사적인 건물로 눈에 들어왔다.
사적비와 중수비로 가는 길을 걸으며 시간을 건너서 꽃이 피는 시절을 상상하면서 못내 아쉬워했다.
선암사일주문 앞의 고사목 한 그루가 아직은 살아있는 내안의 나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셋. 순천갈대밭
겨울바람에 일렁이는 갈대를 해넘이와 함께 보고 싶었지만 해는 지고 새들은 돌아가고 바람만 갈대가 자신을 지탱하기조차 힘이 들게끔 매섭게 불고 있었다.

넷. 화엄사
화엄사의 아침은 멀리 노고단에 쌓인 눈을 바라다보며 찬바람에 몸을 움츠리게 했다.
보제루의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스레 휜 기둥들에 시선을 두고 계단을 오르면 장대한 석축위에 건축된 각황전과 대웅전이 웅장함을 드러낸다. 각황전의 활주는 지붕무게를 감당하기 힘겨워 많이 휘어져 있었다. 사사자석탑을 보러 가는 길은 오래된 동백이 숲을 이루고 있었고 내 머릿속에는 심장의 붉은 피 같은 동백꽃이 한순간 만개했다가 송창식의 노래처럼 눈물처럼 우두둑 지고 있었다.

다섯. 운조루
풍요의 땅 토지의 명당에 자리잡은 조선시대 주택인 운조루는 건축주가 한껏 호사를 부려 지어 가장 좋은 목재를 사용했다. 사랑채에 누마루와 대청을 함께 만들었고 안채에도 원형의 기둥을 사용했고 사랑채의 마루는 통나무를 사용했다. 사랑채의 누마루에 앉아서 보이는 풍경이 주는 운치는 눈을 즐겁게 했다.
사랑채 누마루 아래와 안채의 대청 앞의 석함의 용도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으나 궁금함을 견딜수 없어하는 부지런한(?) 분들의 노력으로 모임이 있을 때 사용하던 관솔불을 켰던 용도와 제사 때 제주들이 손을 씻던 용도로 밝혀졌다.

여섯. 연곡사
연곡사에 들어서면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른쪽의 옛날 화장실과 왼쪽의 범종루다. 기둥과 보에 커튼을 달 듯 약간의 장식을 하고서도 부담스러워 보이지 않고 정갈하고 소박한 범종루는 주위의 풍경과 잘 어우러져 있는 듯 없는 듯 자연스럽다.
부도중의 부도라고 하는 동부도는 97.8.22 진흥원 남도 답사 때의 모습과는 달라져 있었다. 상륜부가 가릉빈가-앙화-복발-보륜의 순서였으나 앙화-복발-가릉빈가-보륜에 동부도비 이수 윗면 형상과 같은 화염문의 보주가 첨가 되어 있었다.
북부도도 동부도와 마찬가지로 상륜부의 위치가 변경되어 있었다. 서변호사님의 설명처럼 원형이 훼손되지 않은 서부도의 상륜부의 순서대로 해체 복원한 듯하다.

일곱. 쌍계사
쌍계사 가는 길과 쌍계사 경내의 담장은 언제나 정겨움과 아름다움으로 나를 즐겁게 한다.
대웅전 윗편의 고려시대 마애불은 간결하고 장식없는 소박한 모습으로 앉아 계셨다.
국보 47호인 쌍계사를 중창하신 진감혜소(眞鑑 慧昭)선사의 부도비에는 차가 언급된 부분이 있다. 왕명에 의해 고운 최치원 선생이 비문을 짓고 직접 적었다. 이 비에는 차(茶)와 향(香)뿐 아니라 꽃을 꺾어 공양으로 삼았다는 꽃꽂이와 선사가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불교음악인 범패를 전했다는 기록 등이 있어 매우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진감국사 부도비 앞에서 漢茗을 찾아내고서는 이번 답사의 유일한 목표를 달성한 듯 어린애같이 마냥 기뻐하시던 김진경선생님..
향과 차가 언급된 부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쩌다 호향(胡香)을 선물하는 이가 있으면 질그릇에 잿불을 담아 환(丸)을 짓지 않은 채로 사르면서 말하기를 "나는 냄새가 어떠한지 분별하지 못한다. 마음만 경건히 할 따름이다."고 하였으며 다시 漢茗(중국차)를 진공(進供)하는 자가 있기에 땔나무로 돌가마솥에 섶나무로 불을 지피고는 삶았는데 "나는 차맛이 어떤지 분별하지 못한다. 그저 뱃속을 적실 뿐이다."고 하였다. 참된 것을 지키고 속된 것을 싫어함이 모두 이러한 것들이었다. 평소 범패(梵唄)를 잘하였는데 그 목소리가 금옥같았다. 구슬픈 듯한 곡조에 나를 것 같은 소리는 상쾌하면서도 슬프고 곡진하여 능히 천상계(天上界)의 모든 신불(神佛)로 하여금 크게 기뻐하도록 하였다.]

여덟. 하동
섬진강 물줄기는 굽이굽이 시간을 따라 흐르고 햇살과 바람은 물살을 깨워 흔들어 출렁이고 반짝거리게 한다. 섬진강 모래톱에 퍼질고 앉아 햇살과 바람과 물살을 동무하여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술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참판댁 루에서 내려다보이는 악양 들판과 멀리 섬진강 줄기는 가슴속에 쌓인 무언가를 한꺼번에 비워내듯 시원함을 가져오고 모두들 동심으로 돌아가 널뛰기에 여념이 없고...

마지막. 뒷풀이
최승욱선생은 추운날씨가 도와준 덕분으로 자신의 얇은 지식(?)이 들어나지 않음에 감사하다는 겸손한 인사로 답사마무리를 하고...

답사동안 내내 입속을 맴돌던 -황지우“너를 기다리는 동안”을 가만히 읊어본다.
시인이 기다린 “너”는 민주 자유 평화였지만 내가 기다린 “너”는 아지랑이 피어나고 매화 벚꽃 살구꽃 앵두꽃 흐드러지고 장다리꽃 노란틈사이로 한무리 흰나비떼가 날아다니는 뭔가 새로운 희망이 묻어올 것 같은 봄날이다.
다가올 봄날을 위하여 견디어 내야 할 겨울 찬바람이기에 마냥 춥지만은 않은 답사였다.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황지우“너를 기다리는 동안”


 
   
 

하이게이밍
클럽골드카지노
top카지노
탑카지노
안전놀이터주소
온라인카지노
우리카지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