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4-12-07 00:00
융합과 발전(외동답사)
 글쓴이 : 백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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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나무 잎새와 솔잎 낙엽들이 쌓인 흙 길을 걸어가면 발 아래서 귀를 간질이며 들려오는 소곤소곤대는 소리들과 부드러운 느낌들이 시멘트나 아스팔트길과는 다른 느낌들로 십이월의 마지막 답사를 한층 더 행복하게 한다.
내 꼬마친구들은 첫추위에 지레 겁을 먹었는지 모습을 보이지 않고 평소에는 녀석들 덕분에 소풍 나온 것 같은 들뜸과 분주함이 있었는데 녀석들이 없는 답사는 정말로 공부(?)만 열심히 해야할 것 같은 답사 그 자체의 진지한 분위기였다.

고복우선생님은 겨울 찬바람을 피할 수 있는 바람막이가 되고 햇볕이 드는 곳으로 골라 관문성에 관한 설명과 아울러 개괄적인 성(城)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각 성들의 명칭과 역할 등을 덤으로 들려 주셨다. 관문성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금방이라도 쨍하고 소리날 것처럼 청명했다.
관문성의 축조방식에서도 고구려의 물림쌓기 방식이 사용된 것에서 보듯이 고복우 선생님의 설명에서처럼 삼국통일의 의미를 영토의 통일이 아니라 문화의 통일 즉 융합과 발전에 더 큰 의미부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원원사지의 동서 삼층석탑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신라의 소박함과 고구려와 백제의 강건함과 섬세함이 발전적으로 결합된 화려한 조각들은 아름다움과 생동감을 전해 주고 있었다.
석탑에 새겨진 조각들은 살아 움직이는 듯 하여 금방이라도 축상(丑像)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머리를 반대방향으로 돌릴 것만 같고 십이지신상의 옷자락은 바람을 따라 하늘거리며 고운 곡선을 그려내고 북방 다문천왕의 발아래 밟힌 악귀의 비명이 겨울바람소리로 들려오는 듯했다. 무기를 지니지 않고 평복을 입은 채 앉아 계시는 십이지신상의 모습은 왕릉에서 보이는 호신석으로서의 모습과는 달리 평온과 온화함으로 통일로 이룬 태평성대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시대의 발전에 따라 과학과 기술이 진보하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원원사지 용왕전 우물에 연결된 수로는 이미 최상의 축조기술로 조성되어 있었다. 조선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원원사의 석종형부도도 조각기술의 최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원원사 경내에 만개한 동백꽃과 동부도 근처 소나무그루터기에서 한껏 초록을 발하고 있는 이끼는 다가올 봄에 대한 따스한 희망을 전해주고 있었다.

구정동방형분은 경주인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형의 적석목곽분(돌무지덧널무덤)과는 달리 석실분으로 고구려 분묘양식과 유사점이 많아 삼국통일후의 문화의 융합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유적이였다.
원성왕릉(괘릉)은 언제와도 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잔디의 연두빛과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있는 봄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지만 초겨울 오후 햇살 아래의 석인상과 석사자들은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며 자신들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후햇살이 너무 눈부셔 고개를 휙 돌리고 있는 녀석과 만화속 투덜이 스머프처럼 "너무 심심해! 놀아줘 "하는 표정의 녀석도 있고. 석사자들은 위엄보다는 천진함이 묻어나는 익살스런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성덕왕릉에서의 십이지신상은 삼각형 석재들 사이에 환조로 추가적으로 배치되어 있었고 훼손이 심하여 목이 없거나 몸이 잘린 상태였다. 문화와 역사에 대한 무지가 부른 결과로 나타난 현상으로 문화유산에 대한 소중함과 보호에 대한 교육의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했다.
원성왕릉(괘릉)은 잘 짜여져 한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구성의 정형성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하지만 때로는 성덕왕릉의 조금은 덜 다듬어지고 발전되어가고 있는 상태의 부조화와 어색함등이 더 많은 애착을 가지게 한다.
분묘에서의 십이지신상의 변천은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여 흥미로웠다. 번성의 시작을 알리는 성덕왕릉의 환조와 원성왕릉(괘릉)에서 보이는 절정기의 최고의 조각수법과 조금은 퇴화되고 생략된 모습의 구정동방형고분의 십이지신상은 신라의 퇴락을 예고하는 듯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나름으로 시간에 순서를 부여하고 시작과 또 마침을 정하여 살고 있다. “신은 오늘만을 만들었다. 그리고 인간은 어제와 내일을 만들었다“는 인도의 격언처럼 내일은 늘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우리가 만들어낸 마침을 준비하는 이 시점의 하루하루는 모두의 마음을 가난하게 하고 조바심을 내게 하는 것 같다. 마지막이란 언제나 뭔가를 정리정돈하고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하고 .뒷풀이에만 참석하신 우교수님과 김호상선생은 일년답사 모두를 출석(?)한 것과 다름없다고 우기시고....
내일은 더 나을거라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면서 다가올 새로운 한해를 기약하며 막걸리잔을 들어 서로의 건강과 행운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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