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4-11-11 00:00
흔들림(부석사)
 글쓴이 : 주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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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생애를 바쳐서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은 부지기수지만
온 생애를 바쳐서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 마음이 우주와 같은 크기를 가지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아무리 멀리 떠난 사랑이라도 우주와 같은 크기의 마음 밖으로는 빠져나가지 못합니
다. 당연히 그 안에 간직될 수밖에 없지요. 사랑은 소유할 수는 없지만 간직할 수는 있
습니다.
<이외수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中에서>

의상대사를 사모한 당나라 여인 선묘는 불가에 귀의하여 의상의 뜻을 도우려고 하였고 의상이 신라로 떠나던 날 의상을 위해 마련한 옷가지를 가지고 부두에 나갔지만 그가 떠난 후였다. 옷가지 상자를 바다에 던지며 “이 상자가 저 배에 닿게 해달라”라고 소원하니 상자가 물길을 따라 배에 가 닿았고 뒤이어 “이 몸이 용이 되어 의상대사의 뱃길을 호위하게 하소서”하며 몸을 바다에 던지니 소원대로 선묘는 용이 되어 의상이 무사히 신라 땅에 닿을 수 있도록 호위하였다. 선묘의 사랑은 의상이 태백산 자락 이곳에 부석사의 터를 잡을 때에 500의 이단의 무리가 자리를 잡고 힘들게 하자 사방 십리나 되는 커다란 바위로 변하여 공중에 떠서 그들을 위협하여 무사히 절을 세우게 하였다는 옛이야기를 무량수전의 서쪽에 ‘浮石’ 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바위가 잔잔히 들려준다.

일주문 근처에 있는 은행나무들만 노란색의 나뭇잎을 떨구지 않고 우리를 맞아준다. 바닥에 깔린 짙은 낙엽들을 구수하게 밟으며 걸음을 아낀다. 최대한 천천히 가고 있다. 일주문당간지주 천왕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동서 삼층석탑이 나타나며 범종루가 눈에 들어온다. 서쪽에 단아하고 소박하게 자리잡고 있는 취현암을 오늘에서야 발견한다. 앞에서 보면 팔작지붕이고 무량수전 쪽에서 보면 맛배지붕의 묘한 멋을 살린 범종루의 세심한 조각을 감상하며 마치 다른 세상으로 인도하는 門인듯한 안양루를 지난다. 몇 해 전 해가 지는 무렵에 찾은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보는 소백산 봉우리들의 감동에다 저녁예불을 알리는 사물소리에 황홀했었던 기억이 난다.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최순우 선생님의 글을 차근차근 읽으며 부석사를 소중히 간직해본다.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 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무량수전은 고려 중기의 건축이지만 우리 민족이 보존해 온 목조 건축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오래된 건물임이 틀림없다.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 무량수전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지체야말로 석굴암 건축이나 불국사 돌계단의 구조와 함께 우리 건축이 지니는 참 멋 즉 조상들의 안목과 그 미덕이 어떠하다는 실증을 보여주는 산보기라 할 수 밖에 없다. 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싶어 진다. 이 대자연 속에 이렇게 아늑하고도 눈맛이 시원한 시야를 터줄 줄 아는 한국인 높지도 얕지도 않은 이 자리를 점지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층 그윽하게 빛내 주고 부처님의 믿음을 더욱 숭엄한 아름다움으로 이끌어 줄 수 있었던 뛰어난 안목의 소유자 그 한국인 지금 우리의 머리 속에 빙빙 도는 그 큰 이름은 부석사의 창건주 의상대사이다.
이 무량수전 앞에서부터 당간지주가 서 있는 절 밖 그 넓은 터전은 여러 층단으로 닦으면서 그 마무리로 쌓아 놓은 긴 석축들이 각기 다른 각도에서 이뤄진 것은 아마도 먼 안산이 지니는 겹겹한 능선의 각도와 조화시키기 위해 풍수사상에서 계산된 계획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석축들의 짜임새를 바라보고 있으면 신라와 고려 사람들이 지녔던 자연과 건조물의 조화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은 순리의 아름다움이라고 이름짓고 싶다. 크고 작은 자연석을 섞어서 높고 긴 석축을 쌓아올리는 일은 자칫 잔재주에 기울기 마련이지만 이 부석사 석축들을 돌아보고 있으면 이끼 낀 크고 작은 돌들의 모습이 모두 그 석축 속에서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희한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中에서>

소수서원의 경렴정에서 죽계천을 내려다 보며 송순의 면암정가를 읊조린다.

십 년을 경영하여 초려 삼칸 지어내니
나 한칸 달 한칸에 청풍한칸 맡겨두고
강산은 드릴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송순 면암정가 中에서>


이외수님은 흔들림을 세상과 소통하는 첫번째 단계라고 말한다. 작은 흔들림 하나에서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오늘 만난 옛 것들은 글과 짝이 되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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