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4-11-08 00:00
어울림의 미(영주답사)
 글쓴이 : 백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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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인지라 모두들 두툼하게 차려 입고서 서로에게 한달 동안의 안부를 묻고 한참만에 보이는 얼굴들에게는 마음 가득 그동안의 그리움과 반가움을 전하느라 부산하고... 그렇게 11월의 답사는 시작되었다.

부석사의 가을은 고운 빛깔의 단풍과 은행잎으로 기억되고 어느 계절보다 더 설렘과 기대를 지니게 한다.
만추의 대표적인 서정으로 각인된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한 샛노란 은행나무 숲길은 때늦은 손님들에게 앙상한 가지만을 하늘을 향해 드러내고 있었고 유홍준 선생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조선땅 최고의 명상로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유적답사객 사찰순례객 소풍 나온 가족들 친구들 연인들… 사람들로 넘쳐나 저자거리의 부산함으로 가득하고. 사색과 명상대신 디지털카메라와 디카폰이 연신 터진다. 물론 나도 그중의 하나이고. 하지만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며 모두들 즐거운 모습들이기에 지금 아니면 또 일년을 기다려야 하는 마음에 굳이 명상로가 아니라도 행복한 길임에는 분명하다.

부석사는 전형적인 산지가람으로 공간이 좁고 가파른 땅에 석축과 계단을 활용하여 건물을 배치했다.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의 일부로 가람을 조성했던 조상들의 지혜에 경외감을 느끼면서 계단을 하나씩 오르면 또 다른 전각이 모습을 보이고 잠시 눈을 돌려 반대쪽을 보면 멀리 소백산맥의 능선들이 아스라한 부드러움으로 다가온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 아니라 많은 것들을 함께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고 익숙해져 마침내 하나가 되는 사랑처럼 무량수전은 여러 계단을 지나고 안양루 밑을 지나서야 감추고 있었던(어쩌면 다만 우리가 느끼지 못했을 뿐이지 처음부터 자신을 열어놓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 보인다. 마술사가 빈손에서 장미꽃을 피워내는 장면처럼 늘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무량수전이 지니고 있는 건축적인 기법이나 건축미에 대하여 어떤 말로 설명과 감상을 덧붙이기 보다는 보이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마음에 담아두라고 하고 싶다.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등으로 손꼽히는 무량수전 앞마당의 국보17호 석등에는 세월의 흔적인 듯 이끼가 초록을 더하고 있었고 무량수전 왼쪽에는 부석과 귀가 유난히 크고 비례가 어색한 입상을 가운데로 두 분의 좌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선묘를 기리는 선묘각은 무량수전 오른쪽 뒤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영정에 나타난 선묘의 아리따운 자태에는 사모하는 이를 향한 절절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듯했다. 부석사를 흔히 사랑과 기다림의 절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았다. 조사당을 오르는 숲 사이 오솔길에는 낙엽이 깔려 가을운치를 더하고 조사당 옆 골담초(骨擔草)는 잎을 따 먹으면 득남한다는 전설 탓에 보호의 명분으로 울타리 안에 갇혀 있었다.
조사당에서 내려올 때 한눈에 들어오는 부석사의 지붕선들은 소백산맥 능선들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해질 무렵에 범종루에서는 불전사물이 열린다고 한다. 가장 아름다운 절집에서 공간속에 잠시 시간이 멈춘 듯 삼라만상속에 파고드는 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지니고 떠나야만 했다.

소수서원 입구에서 만난 수령500년의 은행나무는 울창한 소나무들 사이에서도 제 빛을 잃지 않고 위풍당당하게 가을빛으로 물들여 있었다. 학구재(學求薺)와 지락재(至樂齋)가 보여주는 소박함과 절제는 학자로서 지녀야 할 청빈을 보여주는 듯 했다.
새로이 개관된 소수박물관은 유교와 관련된 전통문화 유산을 체계화하고 영주지역의 귀중한 유물과 유적을 체계적으로 보존·전시하고 있었다. 4개의 전시실로 나누어져 있었고 1전시실에서는 선사시대 유적과 순흥리벽화고분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고 2전시실에는 유교의 근본이념과 전개과정 및 영향력에 관해 전시되어 있고 3전시실에서는 사학(私學)기관인 서원(書院)과 인재양성의 목적을 둔 향교(鄕校)에 대하여 4전시실은 숙수사지와 소수서원 주세붕선생의 업적과 소수서원 창건이야기 등 소수서원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공간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소수박물관 건너편에는 죽계천을 가로 지르는 청다리를 본뜬 나무다리가 놓여져 있었고 다리에서 경렴정(景濂亭)쪽으로 바라다 본 풍경은 가을 저녁과 잘 어우러져 있었다.
해질녘 선비촌의 주막은 동동주와 파전 익어가는 냄새로 가득하고....

순흥리벽화고분은 훼손에 대한 우려로 모형분만 보이고 잎 떨어진 감나무에 감들만 붉게 익어가고 있었다. 해거름의 고분 앞에서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연인들처럼 다음답사를 기약하며 답사의 마무리 인사들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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