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4-10-04 00:00
가을날의 여유(경주남산시내지구답사)
 글쓴이 : 백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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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답사코스는 가을 시간들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 유적답사와 함께 여유로움을 지니고 들녘에서 가을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도록 짜여져 있었다.
답사에 참석하게 되는 기준이 답사지가 주는 매력이나 유익함도 있겠지만 좋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주는 가슴 따스함과 설레임 함께 나눌수 있는 기쁨이 있어 답사지가 어느 곳이던지 상관없이 늘 답사에 참석하게 된다는 답사 예찬론을 펴시는 분들에 나도 모르게 조금씩 물들여져 답사날을 기다리게 된다.
손수협선생님이 나정에서 답사에 앞서 꺼낸 상위 3%(세상을 움직여 가는 사람들: 재산이 50억이상 등)에 속하진 않지만 진흥원답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작은 것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찾아낼 줄 알고 타인과 함께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또 다른 3%에 속한 참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정은 발굴이 진행되고 있어서 울타리 너머에서 기웃거리며 볼 수 밖에 없었다. 손수협선생님은 문화의 흐름과 발전은 물 흐르는 것처럼 한 방향(중국-우리나라-일본)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지역적 특성과 풍토에 따라 고유성을 지니며 발전하는 것이라면서 문화의 일방통행식 흐름의 가치관에서 벗어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면서 우리민족이 지니고 있는 새(鳥)토템(Totem)에 대하여 설화와 역사적 근거를 덧붙이면서 설명해주셨다.

남간사지와 창림사지를 향하는 가을 들녘은 들꽃들의 잔치였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빛깔과 향기를 지닌 채 가을 햇살 속에서 자신을 맘껏 드러내고 있었다. 푸른 가을하늘과 어우러진 익어가는 노란탱자도 가을을 한껏 느낄 수 있게 했다. 모두들 들꽃들을 한아름 꺽어서 손에 들기도 하고 가방에 꽂기도 하고... 마음으로 들꽃의 빛깔을 닮아 욕심 없는 순수함 그대로였다. 남간사지 당간지주는 익어가는 벼들의 호의를 받으며 들녘 한가운데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며 있었다. 추수가 끝난 빈 들녘에 다시 와 못다 본 모습들을 제대로 봐야 할 것 같았다. 창림사지 쌍귀부는 자신의 등에 지고 있던 김생의 글씨가 새겨진 비석도 자신의 얼굴들도 모두 잃어버리고 어디론가로 향해 발을 움직이고 있는 듯한 모습이 안스러워 보였다. 삼층석탑은 팔부신중상 일부와 탑신일부를 잃어버린 채 복원되었으나 본래의 장엄한 자태를 잃지 않고 있었다.

월정교는 남쪽 및 북쪽 교대와 4개 주형 교각으로 돼 있으며 길이 약 60.57m로 추정되며 교각 사이에서 불에 탄 목재 및 기와편이 수습된 것으로 보아 교각 위쪽이 누각(樓閣) 건물 형태로 된 누교(樓橋)였다고 추측되며 일정교와 월정교는 교각 모양과 크기 그리고 교대 날개벽 석축(돌다짐)의 돌못 사용 방법과 퇴물림식으로 쌓은 축조방법은 물론 석재의 색깔과 재질도 유사해 비슷한 시기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며 일정교는 경주 남산과 남쪽 외지로 통하는 주 용도로 월정교는 신라 왕경 서쪽 지역을 담당하는 주 용도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 유적지는 한국 고대 교량의 축조방법과 신라 왕경의 규모와 성격을 파악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은 교각지 일부와 석재들만 남아 있고 주변은 미국쑥부쟁이(털쑥부쟁이)들만 무성하게 피어 있어 천년 전 누교에서 있었음직한 달 밝은 밤의 슬프고 고운 사랑이야기들은 전설속에서만 살아 있을 것 같다.

월성을 향하는 길에서 넘겨다 본 계림에는 찬기파랑가를 새긴 향가비가 새로이 서 있었다.
월성에 대하여 설명을 하시던 손수협선생님은 여담 삼아서 역사상의 최초의 사기꾼은 석탈해왕이며 최초의 음주운전에 졸음운전자는 김유신이며 최초의 방화범은 지귀라는 얘기를 하여 석탈해왕이 월성을 차지하게 된 사연과 김유신의 말을 떠올리며 잠시 모두를 웃음 짓게 했다. 선덕여왕을 사모한 지귀의 가슴 아린 이야기는 서정주시인의 고운 시 한편을 생각나게 했다.

우리 데이트는
- 善德女王의 말씀
햇볕 아늑하고
永遠도 잘 보이는 날
우리 데이트는 인제 이렇게 해야지--

내가 어느 절간에 가 佛供을 하면
그대는 그 어디 돌塔에 기대어
한 낮잠 잘 주무시고

그대 좋은 낮잠의 賞으로
나는 내 金팔찌나 한 짝
그대 자는 가슴 위에 벗어서 얹어 놓고

그리곤 그대 깨어나거든
시원한 바다나 하나
우리 둘 사이에 두어야지

--우리 데이트는 인제 이렇게 하지
햇볕 아늑하고
永遠도 잘 보이는 날.

고교시절 햇살고운 날이나 눈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친구들과 찾아왔던 월성에는 석빙고며 상수리나무들이며 모두 제자리를 지키며 옛 모습 그대로이지만 나만 그 세월 속에서 유리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 시절 최치원사당으로 가기 위한 지름길로 택했던(월성에서 박물관뒷쪽)비탈을 내려와 철조망사이로 몰래 빠져나와야 했던 길은 철조망이 사라지고 퇴락해 가던 비각도 태종무열왕릉으로 이전해 가고 그 빈터는 텃밭으로 변해 있었고 대낮에 드닷없는 사람들 소리에 놀란 꿩 한마리가 푸드덕 숲속으로 머리만 숨기고 있었다.

경주박물관은 내게는 불두 없는 불상들과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鍾)으로 대표되어 기억된다. 어린시절 백일장과 사생대회가 열리곤 했던 박물관 뜰의 전시품들은 옛 모습 그대로인데 성덕대왕신종은 매시간 녹음된 종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굳건하고 안정적인 느낌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신라탑인 고선사지3층석탑은 웅장한 제 모습 그대로 가을 하늘을 배경삼아 씩씩하고 박물관 한 뜰을 차지하고 있었다.

뒷풀이에서 달개장식잔에 막걸리를 따라 마시며 잔을 흔들어 달개가 흔들거려 짤랑거리는 경쾌한 소리를 들으며 옛 신라인들의 풍류를 닮아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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