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6-04-07 00:00
새로운 봄 그리고 어우러짐(남산지구)
 글쓴이 : 백태순
조회 : 10,561   추천 : 337   비추천 : 0  

전날 내린 비로 세상은 한층 더 차분하고 한 뼘은 더 성숙해진 듯 했다.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는 서출지에는 이른 벚꽃이 꽃비를 날리고 보랏빛 제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개나리가 흐드러지고 이요당二樂堂은 여름날의 당당히 꽃을 피울 날을 기다리는 마른 연 줄기 사이로
제 모습을 비춰보고 있었다.
서출지 남편의 無量寺무량사 마당에는 동백꽃이 처연히 피고 지고 있었고 담장너머 산기슭에는 진달래가
햇살아래 눈부신 모습을 하고 있었다.
건물의 축대에는 탑재 등이 남아 있어 이곳이 國師谷국사골 제 1사지임을 말해 주고 잇었다.

국사골 제4사지(고깔바위능선절터)는 크고 작은 축대위에 조성되어 있었다.
송재중 선생님의 설명처럼 왜 이리 험한 지형에 거대한 축대를 쌓아가면서까지 이 자리에 절을 축조하여야만 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남산에는 국사골 삼층석탑 늠비봉 오층석탑 용장계 지곡 모전석탑 잠늠골 삼층석탑 등2002년에 복원한 탑과 2003년에 복원한 지바위골 1사지 삼층석탑 지바위골 23사지 삼층석탑 기암골 삼층석탑 등의 복원 탑이 있다.
국사골 삼층석탑은 지대석 위에 2단으로 된 괴임돌을 놓고 그 위에 단층으로 된 기단을 만들고 삼층으로 탑신을 쌓아올린 모습이다. 평지에 있는 석탑들은 이중으로 된 기단 위에 탑신을 쌓는 것이 보통인데 산지에 세운 석탑들은 대개가 단층기단으로 되어있다. 산 자체를 하층기단으로 삼아 탑의 위력을 크게 돋보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석축 아래에는 여린 진달래 한 송이가 봄맞이 공양을 하듯 수줍게 피어 있었고 탑의 시선으로 눈을 들어 멀리 보니 남산과 토함산 자락의 모습들이 한 눈으로 조망할 수 있어 눈과 마음이 모두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국사골 골짜기에는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불상대좌며 석탑재들이 방치되어 있었다.

고깔바위에 앉아서 남산과 경주시내를 조망해 보는 기회도 가지고...
금오봉에는 세상의 잘못된 모든 것들을 날릴 듯한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고 금오정은 그 모든 것들을 다 안고서 묵묵히 서 있었다.

이번 답사의 주제를 /남산부석 제대로 보기/라고 이야기하신 송재중선생님께서는 남산부석을 동서남북 모든 방향에서 볼 수 있는 길을 안내하셨다. 국사골 가장 높은 곳 사자봉 바로 아래에는 하늘에 떠있는 바위가 있다. 어찌 보면 부처님 머리 같고 어찌 보면 버선 같아 불두바위 버선바위라 불리기도 한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서 관찰하고 이해하기 위한 길은 길이 없는 곳의 길을 만들어서 가야만 하는 산악극기훈련(?) 같았다. 하늘을 향해 의연히 솟아 있는 남산부석은 보는 이들에게 장엄함과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남산부석은 신라 8괴(八怪)중의 하나이다. 사람에 따라 8괴로 꼽는 내용이 조금 다르지만 다음 열 가지에 모두 포함된다.

남산부석 : 남산 국사골 바위 하나가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문천도사(倒沙) : 문천 곧 남천의 모래는 물위를 떠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계림황엽 : 계림 숲에서는 가을 아닌 여름에도 잎사귀가 누래진다. 이들 보고 신라 말
학자 최치원이 신라의 국운이 이미 쇠퇴하였음을 알고 예언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금장낙안(金丈落雁) : 경주시 현곡면 금장리 형산강가의 금장대에 날아온 기러기는
반드시 쉬어간다.
백률송순 : 재래종 소나무는 순(筍)이 생기지 않는데 백률사의 소나무는 가지를 친 뒤
솔순이 생긴 다고 한다.
이차본의 순교와 관련이 있으며 솔순은 불교 소생을 의미한다.
압지부평 : 안압지에 있는 마름이라는 여러해살이 풀은 뿌리를 땅에 내리지 않고 물위에 떠 있다.
불국영지 : 영지에 석가탑의 그림자가 비치길 기다린 아사녀와 아사달의 전설이 얽혀 있다.
나원백탑 : 경주시 현곡면 나원리의 오층석탑은 통일신라 초기의 탑인데 지금까지도
순백색의 빛깔을 간직하고 있다.
선도효색 : 선도산의 새벽경치가 아름답다.
금오만하 : 금오산 곧 남산의 저녁노을이 아름답다

경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하는 아래와 같은 시를 읽으며 천년을 이어져온 이 고운 자연들이 제대로 가꾸고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불국영지(佛國影池)에 눈 오는 날
-조 종 래

까맣게 오래된 경주를
하-얗게 바꾸는 당신은
백률송순을 덮고
문천도사를 덮고
남산부석을 덮다가

불국영지 푸른 달빛 가리더니
아- 이제야 알겠다
무영(無影)탑
서러운 그늘을 만들려고
당신이 오는 것을..

지암골 선각마애불상(금오봉 동록 선각마애입상)은 2005.2월 발견되었고 지금은 마모가 심하여 수인의 형태도 불분명하다. 마애불이 새겨진 바위 정상에서 자라나는 작은 소나무 한그루가 인상적이었다. 육안으로는 옷자락 몇 개 정도 식별할 수 있었으나 사진에 담아서 보니 선들의 윤곽이 더 뚜렷이 보였다.

경주 남산은 높이가 468미터에 불과한 낮은 산이지만 30여 골짜기를 안고 있는 화강암 바위산으로 천길 낭떠러지가 있는가 하면 완만한 골짜기도 있다. 신라인들은 인도의 아잔타석굴이나 중국의 돈황석굴같은 석굴 대신 골짜기와 능선을 가려 터를 닦고 높고 낮은 석탑을 세우고 마애불상을 새겼다. 신라인들은 이곳에 그들만의 불국정토를 건설했던 것이다.
지바위골과 국사골에는 근세에 조성된 민간신앙에 의한 조각상들도 적지 않았다.
기존의 남산에서 만날 수 있었던 신라시대의 혹은 고려시대의 불상이 아닌 근세의 불상들이다.
국사골 마애여래좌상과 큰지바위 마애불과 지장보살상 선각마애불이 있다.
근세의 불상이긴 하나 친근한 느낌과 새로운 이미지의 불상들은 불국토가 아닌 또 다른 경주 남산을 보게끔 하였다. 매년 마을 사람들이 성대히 제사를 지내는 산신암도 있고 지암골에는 무속인들의 기도처가 여러 곳 있었고 바위에는 그들만의 기호를 새겨 놓은 흔적들도 남아 있었다.
이러한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남산은 새롭고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지암골 제1사지에는 축대와 주춧돌만 남아 있고 그 자리에는 남산제비들이 군락을 이루며 살고 있었다.
큰지바위옆 복원삼층석탑은 자연석을 기단으로 처연하게 서 있었다. 지바위골(지암골 제4사지) 복원석탑은 지난 계절의 흔적을 고스란히 지닌 채 아스라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앞사람을 놓치지 말라는 말씀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피어나는 고운 꽃들에게 한 눈을 팔다보니 자꾸 뒤쳐지기만 하고.
남산제비꽃 노랑제비꽃 민둥뫼제비꽃 둥근털제비꽃..
일일이 이름 불러주기도 어려운 제비꽃들과 개별꽃 진달래 족도리풀들..

하산 길에 멀리서 오산골마애불상을 만났다.
망원렌즈로 뵙는 부처님은 소박하고 인자하신 우리네 할머니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하산 길 산벚꽃들은 꽃잎을 날리고 이렇게 봄은 온 듯 또 가고 있었다.


 
   
 

하이게이밍
클럽골드카지노
top카지노
탑카지노
안전놀이터주소
온라인카지노
우리카지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