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4-03-06 00:00
행복한추억(양양 오대산 답사기)
 글쓴이 : 백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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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지에 대한 설명들은 안내자료등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 이 답사기는 개인적인 약간은 엉뚱한(?) 생각들임을 밝혀둔다. *

이 답사는 내게는 나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이었다.
90년 여름 모든 것이 가능하고 모든 것을 꿈꿀 수 있었고 또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혼돈스럽던 시절의 은사님과 연구실 선배님들과 함께는 아니지만 동해안을 따라서 임원항의 말조개와 묵호항의 살아 뛰는 꽁치를 추억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그 시절의 괘적을 따라 가고 있었다
이동의 지루함을 달래려고 가져간 "바닷가에 절이 있었네-박원식저"에서 작가가 나름의 감상을 곁들여 풀어내는 절집 이야기는 창밖의 풍경과 어우러져 감칠맛을 내고 시간이 허락된다면 책에서의 여정대로 꼭 떠나봐야 할 것 같은 충동을 일으키게 한다.
간월암에서 달을 맞고 백련사의 동백의 자태를 보고 낙산사에서 관음을 친견하고 작지만 큰 절인 태국사의 가을을 보고... ...

하나. 해신당
세상은 언제나 남자(man) 아니면 여자(woman)의 이분법으로 나누어진다. 그냥 사람(human)이 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그건 그냥 내 생각일 뿐이다.
생물학적인 분류인 남자와 여자는 친구될 수 없고 서로 다른 종족인 채로 여자는 그냥 여자일 뿐이라는 것이 세상의 시각이다.
종교적인 이유이거나 사회적 분위기상으로 성(sex)이 금기시 되면 은밀한 곳으로 숨게 되고 불필요한 죄악을 만들고 외설이 된다. 반대로 공론화되고 세상속으로 나오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을 하게 된다. 인간의 영원한 숙제이며 이 숙제는 예술을 전설을 때로는 비극을 낳기도 한다.
"태양이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월광(月光)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고 이병주 박사의 말과 역사를 통해 신화를 검증하려는 의도는 어쩌면 무모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대왕암이 산골처(散骨處)냐 납골처(納骨處)냐는 논란에 대한 작가(박원식)의 생각에 새삼 공감을 했다.

둘 불꽃놀이
김동리 작가에게 세상사는 진리를 물었다
"순리대로 사는 길이다"
"그럼 순리란 무엇입니까"
"물 흐르는 대로 흐르는 것이다"라고 노작가는 말했다.
어느 문학잡지의 인터뷰 기사에서 읽은 내용이다.
그러나 비오고 바람부는 낙산사 바닷가의 폭죽은 바람을 거스르는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있을 때 제 빛과 소리를 내며 창공을 솟아 올랐다.
때로는 역행해야 아름다운 것도 있나보다

셋 낙산사
어스름과 빗소리로 겨울 낙산사는 내게로 다가오며 일출의 꿈을 앗아갔다.
매번 답사 때마다 지니고 가는 카메라지만 나는 사진 찍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왠지 사진을 찍다보면 마음 속에 기억 속에 간직될 것 같지 않을 것만 같아서다.
그러나 잊지 않고 꼭 담아오는 것이 있다.
담장과 지붕.
재료가 흙벽돌인지 돌인지 기와를 눕혔는지 세웠는지 어떤 무늬가 있는지 어딜 가도 맨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스름과 빗속에서 내게 제일 먼저 다가온 것은 범종도 전각도 아닌 담장이였다. 선암사의 담장이 그러하고 소쇄원의 담장도 가슴에 남아 있다.
그리고 토기와의 지붕선을 좋아한다. 나는 유적지의 제일 높은 곳을 찾아서 그곳에서 내려다 보는 지붕들을 좋아한다.
토기와들이 엮어내는 완벽한 선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뭐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송광사 부도탑에서 내려다보는 높고 낮은 전각들의 지붕선의 조화는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게 한다.
그러나 세월 흐름속에 토기와의 정감이 사라져가고 있음이 나를 슬프게 했다. 낙산사의 지붕에는 청기와가 이어져 있었다.
90년 여름 비 오던 날 내게 "지금은 그럴 수 있다고 네 뜨겁게 뛰는 심장도 조금씩 조금씩 조용해진다고 너무 힘들어 말라고" 세월의 구비를 저만치 지나 달관의 표정으로 지켜보던 홍련암의 한아름 물빛 수국은 겨울 비바람속에 마른 줄기를 서걱이고 있었다.

넷 진전사터
빗속에 헤집어져 방치된 발굴지를 보며 엉뚱한 생각 하나를 했다
이 가람이 번성하던 시절의 주역들 그들의 혼령이 있다면 과연 그들은? 하는 생각.
아마도 영화의 시절들을 그대로 역사 속에 묻어두고 그 전설들 속에서 그들만의 시간을 누리며 영원히 머물고 싶어했을 지도 모른다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초석하나 명문하나로 그 퇴락과 영욕의 시간들을 들추어 내어 세상 속으로 발가벗겨 내세워지기보다는 그들만의 화려했던 전설 속에서 남아 있고 싶어한다고 발굴을 핑계(?)로 파헤처진 옛 가람터에서 그들의 영혼들이 그렇게 빗속에서 내게 소리치고 있었다.

다섯 월정사
대한민국은 공사중이라는 외신기자의 말처럼 저자거리도 아닌 이 산사마저도 도량으로서의 성스러움은 사라지고 토기와의 전통과 멋스러움은 경제논리에 밀려 번쩍이는 동기와로 바뀌고 아직 마르지 않은 시멘트가 점령하고 있었다
산문을 오르면 수줍게 맞아주던 탑도 어지러운 신축 전각에 묻혀 그 자태가 흐려져 있었다
누가 그랬던가 첫사랑은 그냥 가슴속에 묻어두라고
지난날의 사진첩속에서는 산사의 적요함과 나를 위해 배경을 자처한 탑과 박물관에 갇히시기(?)전의 자유롭던 보살좌상이 있고 90년7월3일의 스물여덟의 내가 마흔둘의 나에게 살아갈 날들도 살아온 날들처럼 그렇게 씩씩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라 한다.
마흔둘의 나는 또 십여년의 세월 뒤의 나에게 어떤 얘기를 할까?
(*. 배경만 보시길-90년7월3일의 월정사)


여섯 상원사
저길을 내가 걸어서 꼭 가야만 할까 투덜대며 오르던 상원사길은 비록 비포장이지만 버스가 다니고 있었다.
내리던 빗줄기는 상원사 계단에서 함박눈으로 변했다.
눈이 내리고 계단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전각의 풍경은 그야말로 부처님 마을이였다.
한참을 서서 그 풍경에 매료되어 멍하니 올려다 보았다.
세월과 인간들에 의하여 역사의 한켠으로 박제된 동종!
창살사이로 비취는 햇살을 받으며 어떤 느낌으로 그 자리에 있는 걸까?
마음껏 소리내어 울 수도 없는데... ...

일곱 돌아오는 길
대관령 언저리는 눈꽃이 만발했다. "아 저런 순수한 태초의 풍경도 존재하는구나"
모두들 탄성을 지르고 .
봄속의 겨울
계절의 자리바꿈에도 성급히 망울을 터뜨린 매화도 있고 아직 녹지 않고 쌓여 있는 지난 겨울의 눈도 있고 진정한 겨울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눈꽃들도 있고...
여러 답사지들 보다 어쩌면 대관령 눈꽃이 고운 추억으로 남아 오래오래 행복하게 기억될 듯 하다

일상으로의 회귀는 떠남의 설렘과 들뜸만큼이나 그리 순탄하거나 가볍지 않다
지친 육신만큼이나 마음도 게임의 주인공들이 사과를 먹고 에너지가 솟아나듯 그렇게 쉬울 것 같지가 않다
그러나 나는 다시 진부한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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